[정하룡 칼럼] 부산시 "BTS는 보내고 '의혹'만 남겨..."

시작은 '찬란'했고 중간은 '수상'했으며 결국은 '의혹'으로 남았다.
'안전불감증' 비판 끝에 '옛 한국유리' 허허벌판에서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장소 변경... 왜?

정 하 룡 승인 2022.09.05 11:07 | 최종 수정 2022.09.24 11:02 의견 0


시작은 '찬란'했고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방탄소년단 BTS 부산 콘서트'

중간은 '이상'했으며

BTS 소속사 '하이브'는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장소가 변경돼 안내드린다”며 "본 공연 개최 장소가 기존에 안내됐던 일광 특설무대에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변경했다"고 2일 밝혔다.

그야말로 '3일 천하'였다.

'하이브'가 2일 발표한 공식 입장 전문

▲ '하이브'가 2일 발표한 공식 입장 전문



하이브는 "당사는 이번 공연의 취지에 맞게 부산 내 여러 장소를 다각도로 검토해 일광을 당초 공연 개최지로 선정했다. 부산시, 경찰, 소방, 한국철도공사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조를 바탕으로 관객 여러분의 불편함이 없도록 운영적 측면에서도 면밀히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이라는 공연의 목적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취지를 희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결국은 '의혹'만 남았다.

대한민국의 세계적 자랑,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가 대한민국 부산광역시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전 지구 팬들'의 눈이 번쩍 띄였을 것이다. 그러나 콘서트 장소가 부산시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허허벌판이 특설무대라는 사실에는 낯섬, 놀람, 걱정, 염려, 의심, 의혹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지.



'발표된 공연장이 허허벌판이다' '황량한 바닷가다' '10만명 수용 계획이라더니 5만 명이라고 해도 걱정스럽다' '영국의 웸블리 스타디움, 미국의 로즈 볼 같은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매주 공연이 있지만, BTS 같은 '빅 샷'들이 공연되는 날에는 온 도시가 마비된다'

BTS 부산 콘서트가 알려지자마자 '아미'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그날의 '안전' '숙박' '이동 문제'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콘서트가 열리는 일광읍은 바닷가다. 해안가에 자연스레 형성된 옛 주택가와 개발되지 않은 숲이 그대로 있어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 좁고 험하다.


이에 30일 박형준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엑스포 기원 BTS 콘서트 관계기관 점검회의에선 불공정 상행위를 지도점검하고 '해상수송' 및 '교통증편' 등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 이상한 '해상수송', '바지선'을 사용해 팬들을 바다로 이동시키자는 안이 나오자마자 '이상하다'를 넘어 '미쳤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바지선은 무동력선이라 사람을 500명씩 태워 이동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해도 배를 댈 수 있는 접안, 정박시설은 돼 있느냐. 차라리 헬리콥터가 낫겠다. 동해선 전철 증설은 코레일 확인 결과 가동할 객철 여유분 없다. 배차 간격 줄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광역에 내려 걸어서 10분 거리. 쌍방 자동차 주행 선 옆, 인도가 없어 관객이 몰려 걸어가기 대단히 위험. 통행버스 2개.,마을버스 2개 노선으로 어떻게 10만 명이 단 시간 내에 이동가능할까...

갈수록 엑스포 기원을 위한 '참신한' 동기가 '이상함'을 넘어 '수상함'으로 흘렀다.

▲ 앞쪽으로 옛 한국유리(동일스위트), 공연장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게다가 공연장 출입구도 현재 단 하나 뿐이다. 10만 관객이 단 하나의 문을 통해 입장했다가 퇴장해야 한다. 비슷한 규모를 수용하는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출입문 개수는 54개, 6만6,000여 석을 갖춘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출입문은 22개....

또 공연 계획이 발표된 후 기장군 일대 숙박료가 급등했다. 하룻밤 5백만원 하는 곳도 있어 부산시가 엄중 단속하겠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연장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무료다. 충성심이 강한 팬들이 많이 와서 어느 정도 일사불란한 통제가 몸에 배어 있는데 무료인 BTS 부산공연에 초보 관람객이 많이 모여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많다. 1992년 '뉴키즈 온도 블럭NEW KIDS ON THE BLOCK' 내한 공연 때,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관객들이 무대 한쪽으로 쏠리면서 수백명이 깔려 부상, 사망한 사고... 대형 공연 때마다 준비부족으로 일어나는 사고... 만약 이번 공연에서 그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다면 2030엑스포 부산 유치는 물 건너갈 뿐 아니라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

음식점, 화장실 등 콘서트 내 편의시설도 턱 없이 부족하다. 근처 음식점은 없다. 관객들 모두 '도시락 지참' 또는 '굶는다' 치더라도웸블리 스타디움에서 6만 명 규모의 공연을 열 때 가동하는 화장실 수는 2,600개다, BTS 부산공연 '특설무대'의 화장실 개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로즈 볼에서도 휴대폰이 잘 안 터지던데, 응급상황시 어떻게 할 거냐...

시야 확보도 문제다. 보통 전용 공연장, 대형 경기장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단차를 통해 시야를 확보하지만 BTS 부산공연을 위해 단 하루 설치되는 특설무대는 단차가 없어 첫 줄을 제외한 거의 모든 관객이 시야 방해를 받는다. 스탠딩 좌석의 바닥 다지는 작업은 돼 있는데, 거기다 자갈을 깐다는 계획이 있다는데 그럼 자갈 위에서 스탠딩 5만 명이 방방 뛰어야 되는 상황이다.


부산시에도 '상식'은 사라진 것일까. 누가 봐도 무리, 무도한 일인데, 왜 이런 허허벌판 바닷가에서 세계적 콘서트가 열려야 하는지. 왜 꼭 10만 명이어야 하는지. 무료공연과 엑스포 개최와 어떻게 의미가 닿아 있는지... 필자의 상식으로는 정말 모를 일이다.

그리고 BTS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우리의 국격이고 보람이다. 부산시가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분명 시가 필요해서 불렀을 것이고, BTS측이 호응했을 것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행사를 강행하다가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진다면 BTS도 욕을 먹겠지만, 누가 봐도 무리하고 무도하다는 '더 큰 욕'을 먹게 될 곳은 부산시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쏟아지는 우려는 BTS를 향한 사랑의 아우성임과 동시에 부산시의 각성을 촉구하는 시민의 세레나데일 수 있다.

결국은 '의혹'만 남았다.

부산시가 어제(2일) 관객 수용 규모, 공연 환경, 안전 등을 고려해 해당 부지(옛 한국유리)를 콘서트장으로 선정했다는 처음의 찬란한 입장에서 상식 선으로 선회했다는 결정을 환영한다.

여하튼 '엉터리'는 수정되어야 하고 '상식'은 수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가 왜 그랬을까...?"는 여전히 남는다.

▲ 옛 한국유리 부지, 현 동일스위트 건설 현장. 여기가 BTS 부산 콘서트 특설무대로 들어가기 위한 유일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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